[내외뉴스통신]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의대 정원 확대를 반발하는 의사 집단의 거센 압박에도 전국 총 40개 대학은 2025학년도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교육부가 지난 4일까지 내년도 의대 증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가 있는 지방과 수도권의 40개 대학이 빠짐없이 증원을 요청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2000명을 크게 넘어섰다.

오히려 지난해 각 대학이 초안으로 제출한 최대 2800여명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규모 증원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 학생들의 주장을 대학 측이 전면적으로 외면하고 배척한 셈이다.

대학의 증원 신청 쇄도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특히 정원수가 적은 지역 비수도권 의대에서는 2~5배에 달하는 증원 요구가 쏟아졌다.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고 늘어나는 의료 서비스 수요에 대처하려면 의사 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의대 정원이 19년째 3058명으로 동결되는 바람에 필수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지역 의료 현장의 의사가 절대 부족한 심각한 상황이다. 의사 1명당 평균 환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3.4배에 달하는 비정상적 의료 여건을 해소하려면 일정 규모의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다.

의대 모집정원이 확대되면 의대 쏠림 현상이 현재보다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과학기술 강국을 대비한 인재양성 대책이 매우 시급한 당면 과제다.

의대쏠림현상이 심화될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학과 등 제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사회에 중요한 국가 성장 동력 분야인 미래 인재양성의 핵심적인 정책이 절박하다. ··고교 단계에서부터 교과 과정과 제도 면에서 종합적인 교육정책의 재점검과 진단이 절실하다.

의대 쏠림현상은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202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결과, 서울대 등 주요 10개 대학 의대 평균 경쟁률은 45.61이었다. 지난해 의대 경쟁률 44.71 보다 더 올라갔다. 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 경쟁률은 16.51에 그쳤다.

의대를 뺀 이과대 평균 19.21 보다도 낮다. 반도체학과 평균 경쟁률이 의대를 뺀 이과대 평균에도 못 미친 기형적인 참담한 수준이다. 의대가 블랙홀처럼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기초 과학과 첨단 분야 인력 공급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오죽하면 초등생 의대반이 과열상태를 맞고 있을까.

정부가 지난해 첨단학과 정원을 1829명 늘렸지만 의대 쏠림을 막지는 못했다. 기껏 신설해 유치한 첨단학과 학생들도 1~2년 뒤면 의대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의대 논술 경쟁률이 최고 6601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의대 쏠림이 아니라 의대 블랙홀’ ‘의대 광풍인 셈이다.

의대 입학을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 공대를 중퇴하는 학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퇴생은 1874명으로 이 중 76%가 이과생이었다. 대다수가 반수 재수를 통해 의약학 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최상위권 이공계 대학에 합격해도 수시나 정시에서 의대에 복수 합격하여 빠져 나가는 인원이 상당하다.

지난해 연세대와 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는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부분 의대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KAIST를 포함해 국가 지원을 받는 5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서 최근 5년간 1105명이 자퇴했는데, 이들 역시 상당수가 의대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한국 학생들이 의대 입시에 매달리고 있을 때, 인도의 인재들은 공대 입학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823일 인도가 개발한 위성이 세계 최초로 우주 강국인 러시아, 일본도 실패한 달 남극에 착륙했다.

인도 우주개발 성공 비결 그 중심엔 인도공과대(IIT)가 있다. 바로 IIT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바탕이다. IIT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IBM 대표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거대기업의 여러 수장들을 배출한 공대다.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엄존하는 인도에서 IIT 입학은 곧 바로 신분상승이 보장된다. 고액 연봉과 꿈에 그리던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린다. 매년 2400만여 명의 수험생 가운데 최고의 인재 16000명만 입학한다.

1501의 치열한 경쟁률이다. IIT 한 해 졸업생 16000명 가운데 3000여 명은 인도 정보기술(IT) 분야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저비용 고효율이 인도 IT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다. 기술 강국 인도가 열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에서만 2030년까지 54000명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와 있고, 정부 추산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 분야 인력 수요는 32만 명이다.

그러나 국내 인재들은 해외 기업들이 스카우트 해 가고 뒤를 이을 후배 세대는 첨단 분야보다는 우선 안정된 수입의 의대 쏠림 현상에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의대 안에서조차 지역근무, 소아과, 외과 등은 기피하고 피부과·성형외과 등에는 쏠림으로 또 다른 블랙홀이 존재하는 현상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학과만이라도 디지털 절벽과 인재 편중 대비가 절실하다. 인도 등 다른 나라 우수 인재들이 우주와 실리콘밸리의 CEO를 꿈꿀 때, 우리 인재들은 병원 진료실에 갇혀 안주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해 질뿐이다. 기술 강국 만든다는데, 우수학생은 의대로 쏠린 불균형으로는 대한민국 미래가 안 보인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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