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통신] 김호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바른시민사회연구소 소장) 

김호정 변호사
김호정 변호사

  청주지법은 지난달 16일 소위 ‘청주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하였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판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판례나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전국의 법원에서 진행 중인 ‘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 ‘민노총 간첩단’ 등과 같은 유사 사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주 간첩단 사건’의 피의사실을 요약하면, 청주에 연고를 둔 피고인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2만 달러의 공작금을 수수하였으며, 북한의 지령에 따라 정치권 동향에 정보를 수집ㆍ보고하는 한편,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등 활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객관적으로 똑 떨어지는 금품수수ㆍ회합통신 등 부분만 유죄를 인정하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해’의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간첩죄ㆍ편의제공ㆍ찬양고무ㆍ이적단체 결성ㆍ지령탈출 등에 대하여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또한 ‘충북동지회’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대신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하였다.            

  금품수수ㆍ회합통신ㆍ형법상의 범죄단체조직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해 국가보안법을 제한적으로 해석ㆍ적용했음에도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며 중형 선고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무죄가 선고된 부분도 사안의 중대성과 양형을 판단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는 취지로 보인다.  

  무죄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정치권 동향 등에 관한 정보’는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국가기밀로 인정받기 어려워 간첩죄에 대한 무죄 선고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실무적으로 편의제공죄를 예비적으로 적용해 왔는데, 법원은 정보제공 등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북한의 지령에 따라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사상학습과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 등을 한 점에 대하여도, 작은 조직에서 생각을 공유한 것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없고,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반전운동이나 님비현상까지 처벌하게 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찬양고무죄의 적용를 거부하고, 나아가 ‘충북동지회’를 이적단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조직을 결성하고, 북한에 강한 충성심을 보이면서 그 지령에 따라 계획적으로 은밀하게 활동한 사실을 법원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일반인이 F-35A 전투기 도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거나 시위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제한되어야 하지만, 북한의 지령에 따라 그 행위를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평가를 달리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같은 이유로 굳이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의 적용을 고심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법원은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기 위해 중국 또는 캄보디아 등으로 출국한 것에 대하여, 북한이 지배하는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은 이상 통상적인 출입국에 불과하다며 지령탈출죄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지령탈출죄는 지령을 받기 위해 대한민국이 지배하는 지역을 벗어날 때 바로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고, 지령탈출죄의 법 문언 역시 단순탈출죄와 달리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을 도착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최근 북한 공작원과의 접촉 및 지령 수수는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는데, 위 판결에 따르면 앞으로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국가보안법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법령 문언에 반하거나 기존의 판례나 법리를 허물면서까지 과도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공수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4.10.총선을 앞두고 종북 인사들이 기형적인 선거제도에 편승하여 국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법원이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검찰이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하였다고 하므로 항소심에서의 법리적 대응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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